지구 생태계의 게임 체인저가 된 인간의 신체 진화 이야기

인류가 지구 생태계의 최정점에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뛰어난 문명과 기술 이전에 놀라운 신체적 진화가 선행되었기 때문입니다. 보잘것없던 초기 유인원이 털을 벗고 땀샘을 발달시키며 얻은 오래 달리기 능력과 어깨 구조의 변화로 완성된 투척 능력은 인류가 사냥을 통해 고효율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커다란 뇌를 발달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시작된 초기 인류의 눈물겨운 생존 투쟁과 환경 변화

오늘날 우리 인류는 지구상의 그 어떤 생명체보다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며 문명을 누리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 80억 명에 달하는 호모 사피엔스가 이룩한 기술과 과학의 발전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수백만 년 전의 지구를 살펴보면 우리의 머나먼 조상들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보잘것없는 위치에 처해 있었습니다. 불과 300만 년 전까지만 해도 아프리카의 울창한 숲속에서 살아가던 초기 인류는 생태계의 포식자들에게 쫓기며 숨어 지내던 아주 연약한 유인원에 불과했습니다. 당시의 인류에게는 호랑이나 사자처럼 먹잇감을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날카로운 이빨도 없었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강력한 발톱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육체적인 힘이나 속도 면에서 주변의 거대한 포식자들에게 철저하게 밀렸기 때문에 그저 나무 위나 바위 틈새에 숨어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이러한 신체적 한계 때문에 300만 년에서 400만 년 전의 초기 인류는 다른 동물을 사냥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으며 그저 두껍고 커다란 어금니를 사용해 단단한 식물의 뿌리를 캐 먹거나 나무에서 떨어진 과일을 으깨어 먹는 식물성 식습관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 자체가 거대한 생존 투쟁이었던 셈입니다. 그러던 중 지구 환경에 엄청난 변화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약 258만 년 전 플라이스토세 시기에 접어들면서 지구 전역의 기온이 급격하게 하강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아프리카 대륙의 기후도 매우 건조하게 바뀌었습니다. 기후가 건조해지자 초기 인류의 든든한 보금자리이자 식량 창고였던 울창한 열대림과 밀림들이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에 끝없이 펼쳐진 거친 초원 지대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과일과 식물을 손쉽게 얻던 인류에게 밀림의 감소는 곧 극심한 식량 부족을 의미했습니다. 주변 환경이 초원으로 변하자 당연히 인류가 주식으로 삼던 식물성 먹이의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조상들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식물이 사라진 초원에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눈을 돌린 곳은 바로 다른 동물들이었습니다. 지천에 널린 동물들을 단백질 공급원으로 삼아야만 거친 초원 환경에서 대를 이어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교한 도구도 없고 지능도 아직 크게 발달하지 못했던 인류에게 드넓은 초원에서의 사냥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속도도 느리고 덩치도 작은 인류가 초원의 날랜 동물들을 잡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초기 인류는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독특한 전략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뜨거운 낮 시간대를 활용하는 전략이었습니다. 지금의 사자나 표범 같은 초원의 맹수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보통 기온이 낮은 밤이나 새벽 시간에 주로 사냥을 하고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에는 그늘에 누워 한가롭게 낮잠을 청하며 휴식을 취하곤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포식자들이 활동을 멈추고 쉬는 이 한낮의 시간을 기회로 삼았습니다. 사나운 맹수들과 직접 마주쳐 싸우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모두가 지쳐 쓰러지는 뜨거운 대낮에 초원으로 걸어 나간 것입니다. 초기 인류의 첫 사냥 방식은 직접 동물을 쫓아가 잡는 것보다는 사자가 먹고 남긴 동물의 사체나 자연사한 동물의 고기를 찾아다니는 시체 청소부 역할에 가까웠습니다. 비록 남이 먹다 버린 찌꺼기일지라도 굶주린 인류에게는 소중한 영양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낮 시간대의 활동이라는 전략은 맹수들의 위협을 피할 수 있다는 아주 커다란 장점이 있었지만 동시에 상상을 초월하는 뜨거운 태양 볕과 더위라는 무시무시한 장애물을 극복해야만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었습니다. 이 타는 듯한 초원의 더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류의 신체는 놀라운 방향으로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장시간 걸어 다니며 식량을 찾으려면 몸에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식히는 능력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약 200만 년 전부터 인류의 몸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는데 온몸을 빽빽하게 덮고 있던 털들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털이 사라진 매끄러운 피부 위에는 체온 조절을 도와주는 수많은 땀샘이 폭발적으로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더운 환경에서 땀을 흘려 체온을 효율적으로 낮출 수 있는 신체적 형질을 가진 개체들이 초원에서 살아남아 후세를 남기는 자연선택의 과정을 거치게 된 것입니다. 털을 벗어 던지고 온몸에 강력한 냉각 장치인 땀샘을 장착하게 되면서 인류는 비로소 지구상의 그 어떤 동물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신체 능력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치지 않고 끝까지 달릴 수 있는 경이로운 오래 달리기 능력이었습니다. 보잘것없던 유인원이 대자연의 변화에 맞추어 스스로의 몸을 바꾸며 마침내 생태계의 판도를 바꿀 위대한 진화의 첫걸음을 내딛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인류 최강의 무기인 지치지 않는 지구력과 오래 달리기의 비밀

흔히 우리는 인간의 신체 능력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실제로 단거리 달리기 시합을 해보면 치타는 물론이고 사자나 가젤 심지어 우리와 친척 관계인 침팬지보다도 인간의 속도는 한참 뒤처집니다. 치타의 경우 시속 120킬로미터라는 엄청난 속도로 대지를 가르는 지구상 최고의 단거리 스프린터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치타라 할지라도 그 놀라운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는 거리는 고작 2킬로미터 내외에 불과합니다. 단거리 질주 과정에서 몸 내부에서 발생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열을 밖으로 식힐 방도가 치타에게는 없기 때문입니다. 온몸이 두꺼운 털로 덮여 있는 대부분의 네발 동물들은 달리면서 체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 호흡을 가쁘게 몰아쉬는 방식으로만 열을 식혀야 하므로 금방 심장이 터질 듯한 한계에 부딪혀 달리기를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열 조절의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하기에 동물들은 일정 거리 이상을 전속력으로 달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약 200만 년 전의 우리 인류는 앞서 언급했듯이 두꺼운 털을 모두 벗어 던졌고 그 자리에 온몸으로 땀을 배출하는 정교한 땀샘 시스템을 구축해 둔 상태였습니다. 인간은 달리면서 발생하는 열을 피부 위의 땀이 증발하는 기화열을 통해 즉각적으로 식힐 수 있는 유일무이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 덕분에 단거리 속도는 비록 느릴지라도 장거리 달리기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인류는 사냥감 하나를 목표로 정하면 그 동물이 더위에 지쳐 스스로 쓰러질 때까지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끝까지 뒤쫓아가는 이른바 추격 사냥을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끈질기게 시속 10에서 15킬로미터의 속도로 인간이 뒤를 밟으면 털 가죽 때문에 체온 조절이 불가능한 가젤이나 사슴 같은 사냥감들은 결국 열사병에 걸려 주저앉게 됩니다. 실제로 타조나 말 그리고 가지뿔 영양처럼 극소수의 특화된 장거리 동물을 제외한다면 지구상에서 지속적인 오래 달리기 능력으로 인간을 이길 수 있는 동물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은 가히 장거리의 최강자라고 불릴 만합니다. 이러한 인류의 경이로운 지구력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수많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명백히 증명된 사실입니다. 지난 2004년 미국 유타대학교의 생물학과 교수인 데니스 브램블 박사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인류가 약 200만 년 전부터 오래 달리기에 완벽하게 최적화된 신체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여 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브램블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류가 달릴 때 상체의 흔들림을 최소화해주는 짧은 팔 구조와 골반 안쪽 방향으로 올바르게 향해 있는 허벅지 뼈의 각도는 달리는 동작 중에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용이하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침팬지와 인간의 신체를 비교해보면 오래 달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종아리 근육과 엉덩이 근육인 대둔근이 인간에게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단단하게 발달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무를 타는 침팬지는 엉덩이 근육이 발달할 필요가 없었지만 대지를 지속적으로 달려야 했던 인간은 강인한 엉덩이 근육을 통해 상체를 지탱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얻은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인간의 발목 주변에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는 아킬레스건과 같은 강력한 힘줄들 역시 유인원인 침팬지에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인간만의 독도적인 신체적 특징이라는 사실입니다. 브램블 교수는 인간의 발바닥 아치 구조와 연결된 이 팽팽한 힘줄들이 달릴 때마다 땅을 디디며 발생하는 충격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다시 튕겨내 주는 일종의 탄성 스프링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정교한 스프링 시스템 덕분에 초기 인류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의 에너지만 소비하고도 지치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초원을 지속해서 달릴 수 있는 효율적인 신체 메커니즘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400만 년 전 나무에서 내려와 시작된 두 발 걷기 진화가 골격의 기초를 닦았고 200만 년 전의 기후 변화 속에서 탄생한 땀샘과 단단한 하체 근육이 결합하면서 인류는 마침내 아프리카 초원을 지배하는 지치지 않는 추격자이자 강력한 지구력의 강자로 무섭게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가진 독보적인 투척 능력과 어깨 골격의 혁명

인류가 초원의 강력한 강자로 군림하게 된 데에는 오래 달리기 능력 외에도 다른 동물들은 절대로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신체 능력이 존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목표물을 향해 물체를 정확하고 강하게 던지는 투척 능력입니다.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어린아이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가르쳐주지 않아도 두세 살만 되면 손에 잡히는 장난감이나 공을 꽤나 멀리 던지며 노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행동이라 우리는 이것을 별거 아닌 당연한 일로 치부하기 쉽지만 사실 무언가를 손으로 던져서 맞추는 행위는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유일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엄청난 고난도의 신체 기술입니다. 네 발로 기어 다니는 동물들은 당연히 손이 없으니 불가능하고 우리와 가장 유사하게 손과 팔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영장류들조차도 무언가를 던지는 실력은 형편없는 수준을 면치 못합니다. 이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지난 2013년 하버드대학교 인류진화생물학과의 닐 로치 박사는 네이처 지를 통해 침팬지와 인간의 투척 능력을 정밀하게 비교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야생에서 오랜 기간 훈련받고 신체 능력이 정점에 달한 수컷 침팬지에게 돌이나 물체를 던지게 한 결과 침팬지가 낼 수 있는 최대 구속은 시속 약 32킬로미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야구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초등학교 12세 유소년 야구 선수들의 평균 투구 구속인 시속 90킬로미터에도 한참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수치입니다. 힘과 근육량 자체는 인간보다 몇 배나 뛰어난 침팬지가 던지기에서 이토록 무력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던질 때 물체에 강한 힘을 실어주는 명중률과 골격 구조가 원초적으로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침팬지는 팔을 뒤로 크게 젖히거나 몸통을 회전시켜 에너지를 모으는 신체 구조가 아니기에 던지는 시늉은 낼 수 있어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는 없습니다. 닐 로치 박사는 고인류의 화석들을 다각도로 연구한 끝에 인류의 이러한 경이로운 투척 능력이 약 200만 년 전 앞서 말한 오래 달리기 능력과 거의 같은 시기에 함께 진화해 왔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활이나 날카로운 쇠창처럼 정교한 원거리 무기가 전혀 없었던 머나먼 옛날 초원으로 진화의 터전을 옮긴 인류는 거대한 맹수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사냥감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돌멩이나 무거운 동물의 뼈 등을 멀리서 던져 타격을 입히는 투척 기술을 반드시 습득해야만 했습니다. 화석 분석 결과 약 200만 년 전 출현한 호모 에렉투스 시절부터 인류의 어깨뼈 위치는 침팬지와 달리 목 아래쪽으로 낮게 내려앉기 시작하는 획기적인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위팔뼈 역시 척추와 몸통에 대해 직각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골격 구조가 완전히 재배치되었습니다. 이러한 유연한 어깨 구조 덕분에 인간은 물체를 던지는 순간에 근육과 인대에 축적된 막대한 탄성 에너지를 팔 끝으로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인간의 척추와 허리는 진화 과정에서 유인원들보다 훨씬 길어지고 골반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회전할 수 있는 구조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허리가 길어지자 물건을 던질 때 몸통을 크게 비틀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온몸의 회전 반경이 극대화되면서 던지는 손에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파괴력과 에너지를 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팔꿈치 관절 역시 뒤쪽으로 깊숙하게 젖힐 수 있도록 진화하면서 투구 동작 시 어깨로 전달되는 채찍과 같은 원심력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습니다. 실제로 투수들이 공을 던지는 모습을 슬로모션으로 보면 어깨와 팔꿈치가 활처럼 휘어졌다가 탄성으로 튕겨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인간만이 가진 골격의 축복입니다. 지치지 않고 사냥감을 쫓아가는 지구력에 원거리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투척 능력까지 더해지면서 보잘것없던 초기 인류는 마침내 그 어떤 포식자도 범접할 수 없는 아프리카 초원의 무시무시한 게임 체인저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사냥 성공이 가져온 영양 혁명과 불의 발견 그리고 인류 뇌의 대폭발

오래 달리기라는 최고의 지구력과 돌을 던져 사냥감을 제압하는 강력한 투척 능력을 동시에 손에 쥔 인류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냥의 성공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식물의 뿌리를 캐 먹으며 간신히 연명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초원의 풍부한 동물들을 정기적으로 사냥하여 고기를 섭취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동물의 육류 고기를 통해 얻게 된 풍부한 단백질과 고효율의 지방 성분들은 인류의 신체에 거대한 영양 혁명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고기는 식물성 먹이에 비해 부피당 칼로리가 압도적으로 높아서 적은 양을 먹어도 생존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해줍니다. 이 고단백 영양소의 체계적인 공급은 인류의 진화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기관인 뇌가 획기적인 크기로 커질 수 있는 완벽한 영양학적 토대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인간의 뇌는 몸 전체 몸무게의 2퍼센트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우리가 소모하는 전체 에너지의 20퍼센트 이상을 혼자서 써버리는 엄청난 대식가 기관이기 때문에 고칼로리의 고기 섭취 없이는 뇌의 거대화 진화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동물 사냥에 완전히 능숙해지자 인류 사회에는 또 다른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는데 바로 먹고 남은 음식을 비축할 수 있는 잉여 식량이 확보되었다는 점입니다. 매일 눈을 뜨자마자 하루 종일 먹을 것을 찾아 헤매야 했던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사냥 한 번으로 며칠 동안 먹을 식량을 해결하게 되자 인류에게는 생존 활동 외에 다른 곳에 쓸 수 있는 귀중한 여유 시간이 주어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어린 개체들을 교육하고 서로의 지식을 학습하며 돌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 사냥 도구를 제작하는 등 보다 고도화되고 지적인 문화적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집단적인 지혜의 축적과 도구 제작 기술의 발전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이라고 일컬어지는 불의 발견과 제어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불을 다룰 수 있게 된 인류는 마침내 거친 날고기와 딱딱한 식물을 불에 익혀 먹는 이른바 요리 혁명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음식을 불에 익혀 요리해 먹기 시작하자 인류의 신체에는 또 한 번의 놀라운 구조적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질긴 날고기를 이빨로 오랫동안 씹을 필요가 없어지고 부드러운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되자 음식을 씹는 데 사용되던 턱 근육인 저작근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인원 시절에는 단단한 턱 근육이 머리뼈 전체를 단단하게 감싸고 압박하고 있어서 뇌가 위로 자라날 물리적인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요리 혁명으로 턱 근육의 부피가 대폭 줄어들자 비로소 머리뼈 내부에서 뇌가 마음껏 커질 수 있는 여유 공간이 넓게 마련되었습니다. 여기에 불로 익혀서 소화 흡수율이 수십 배나 높아진 고효율의 고기 영양소가 뇌로 끊임없이 공급되자 인류의 뇌 크기 진화에는 엄청난 속도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커진 뇌는 인류에게 더 뛰어난 지능을 선물했고 향상된 지능은 다시금 더욱 완벽하고 정교한 간석기와 청동기 같은 도구의 생산으로 이어졌으며 복잡한 사회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체계적인 언어와 문화의 탄생을 이끌어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매일 걷고 달리고 물건을 던지며 아무런 의식 없이 행하던 지극히 평범한 신체 능력들이 사실은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하고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였다는 사실이 참으로 경이롭고 놀랍게 다가옵니다. 만약 우리 조상들이 초원의 더위를 이기지 못해 털을 벗지 않았거나 돌을 던질 수 있는 어깨를 가지지 못했다면 지금의 찬란한 과학 문명과 풍요로운 인간 사회는 결코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을 바꾼 위대한 진화가 대단한 무기나 초능력이 아니라 뜨거운 대낮에 초원을 묵묵히 달리던 성실함과 주변의 돌멩이를 주워 던지던 사소한 시도에서 시작되었듯이 어쩌면 오늘날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작고 사소한 습관과 행동들이야말로 미래의 내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진짜 위대한 터닝 포인트의 시작점이 아닐까 하는 깊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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