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하는 작은 영웅, 2cm 심해어 랜턴 피쉬의 놀라운 비밀

지구온난화라는 거대한 위기 속에서 단 2cm에 불과한 작은 심해어 랜턴 피쉬가 연간 16억 5천만 톤의 탄소를 심해로 격리하며 지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과거 미 해군의 음파탐지기 오작동 해프닝부터 시작해 심해 산란층의 존재를 밝혀내기까지의 흥미진진한 역사와, 이들이 밤낮으로 수직 이동하며 펼치는 생물학적 탄소 펌프의 경이로운 원리를 상세히 소개해 드립니다.


미 해군 음파탐지기가 찾아낸 유령 바닥과 심해 산란층의 거대한 비밀

우주만큼이나 밝혀진 것이 없다고 알려진 깊고 어두운 심해는 언제나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이자 두려움과 신비로움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나 인터넷 영상 매체를 통해 심해에 사는 기괴하고 신비로운 생물들을 접할 때마다 육상 생태계와는 전혀 다른 경이로움을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이 거대하고 어두운 심해 속에서 어류가 차지하는 전체 생물량이 무려 100억 톤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더욱 놀라운 점은 이렇게나 엄청난 심해 어류의 총생물량 중에서 무려 65%라는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단 하나의 물고기 가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몸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특성을 지녀 영어로 랜턴 피쉬라고 불리기도 하는 색반멸과 물고기들입니다. 이 작은 물고기들의 존재와 거대한 군집이 세상에 처음으로 인류에게 포착된 순간은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인 2차 세계대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때는 전쟁이 한창 뜨겁게 진행 중이던 1941년이었고, 당시 미국 샌디에이고 주변 해역에 주둔하고 있던 미 해군의 순찰 요트 내부에서는 아주 긴박하고 중요한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미 해군 연구진과 군인들은 음파탐지기를 활용하여 바다 속을 통과하는 초음파를 쏘아 보내며 적의 어뢰를 탐지하는 훈련을 수행하는 동시에, 바다 깊은 곳의 수심을 측정하여 정확한 해저 지형 지도를 작성하는 탐색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초음파가 깊은 해저 바닥에 부딪힌 뒤 다시 위로 튕겨 돌아오는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하여 수심을 계산하는 이 방식은 당시 가장 선진적인 과학 기술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음파탐지기 화면에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관측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 전통적인 방식인 줄 끝에 무거운 납덩어리를 매달아 직접 바다 밑바닥까지 내려서 정밀하게 측정해 두었던 해당 해역의 실제 수심은 분명히 약 3,000미터 깊이였습니다. 그러나 최첨단 장비라던 음파탐지기 화면에는 바다의 밑바닥 깊이가 고작 100미터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표시가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미 해군 연구원들을 더욱 당황하게 만들고 밤잠을 설치게 한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음파탐지기가 나타내는 바다의 바닥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두 개로 번갈아 나타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동일한 위치에서 가만히 멈춰 서서 수심을 측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떨 때는 바다 밑바닥의 수심이 100미터로 기록되었다가 또 다른 시간대에는 수심이 500미터 깊이로 뚝 떨어져서 나타나는 현상이 반복되었습니다. 분명히 물리적인 지구의 바닥은 오직 하나만 존재해야 마땅한데, 과학 장비의 화면에는 바닥이 두 개로 쪼개져서 나타나니 당시 해군 연구진 입장에서는 정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와 똑같은 기현상이 샌디에이고 해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바다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보고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사태가 이쯤 되자 학계와 군 내부에서는 이 기이한 현상을 두고 바다 밑바닥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유령 섬이 존재하며, 그 섬이 아주 천천히 가라앉았다가 떠오르기를 반복하는 게 아니냐는 황당하고도 거대한 음모론과 주장까지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르던 1945년 6월, 이 흥미로운 수심 측정 오작동 현상을 오랫동안 눈여겨보고 깊이 분석해 오던 스크립스 해양학 연구소의 저명한 과학자 마틴 존슨 박사는 마침내 데이터 속에서 아주 결정적이고 특이한 규칙성 하나를 발견해 내기에 이릅니다. 존슨 박사는 음파탐지기에 기록된 가짜 바닥의 깊이가 무작위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시간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완벽하게 번갈아 나타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낮 시간대에는 바다의 수심이 대략 400미터에서 500미터 깊이로 깊게 측정되었다가, 해가 지고 어두운 밤이 찾아오면 신기하게도 수심이 100미터에서 200미터 수준으로 얕게 측정되는 패턴이었습니다. 이 움직임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끈질기게 연구를 지속한 끝에, 1948년 존슨 박사는 마침내 음파탐지기에 기록되었던 그 미스터리한 바닥이 실제 단단한 지구의 해저 바닥이 결코 아니라는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는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유령 바닥 또는 가짜 바닥이라고 명명하였으며, 이 가짜 바닥을 만들어낸 진짜 정체는 심해에 서식하는 크릴새우와 작은 오징어들, 그리고 엄청난 수의 작은 심해어들이 빽빽하게 뭉쳐서 움직이는 거대한 생물 군집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이 수많은 심해 생물들은 자신들을 잡아먹으려는 거대한 상위 포식자들에게 발각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캄캄한 밤이 되면, 바다 표층 근처에 풍부하게 살고 있는 플랑크톤을 마음껏 잡아먹기 위해 수심 10미터에서 200미터 부근의 얕은 바다까지 대규모로 떼를 지어 수직 이동을 감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밤새도록 배부르게 먹이 활동을 모두 마친 뒤 다시 사방이 밝아오는 낮이 시작되면, 포식자의 눈을 피해 본래 자신들의 안전한 보금자리인 수심 500미터에서 1,000미터 깊이의 어두운 심해 속으로 일제히 내려갔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미 해군의 초음파가 진짜 딱딱한 해저 바닥까지 채 도달하기도 전에, 바다 중간층을 가득 메우고 이동하던 이 거대한 심해 생물들의 몸통에 부딪혀 위로 돌아왔기 때문에 수심이 얕게 측정되었던 것이며, 밤낮에 따라 깊이가 달라졌던 원인 또한 이 생물 군집이 시계추처럼 위아래로 대규모 수직 이동을 반복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존슨 박사는 이처럼 음파를 반사하여 가짜 바닥을 형성하는 심해 생물들의 거대한 층을 가리켜 심해 산란층이라는 공식적인 과학 명칭을 붙였습니다. 당시 학계에 던져진 존슨 박사의 이 같은 주장은 그야말로 엄청나고 파격적인 충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까지만 해도 전 세계의 수많은 해양 생물학자들과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햇빛이 전혀 들지 않고 먹이가 극도로 부족한 척박한 심해 환경에는 생물량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식으로 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심해 산란층의 위대한 발견을 기점으로 삼아 어두운 심해 생태계와 그곳에 숨겨진 생물들에 대한 인류의 연구는 엄청난 속도로 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끈질긴 추적 연구 결과, 이 거대한 심해 산란층의 핵심을 이루며 밀도를 채우고 있는 주인공들이 다름 아닌 2cm에서 15cm 크기의 아주 작고 평범한 심해어인 랜턴 피쉬였다는 놀라운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초음파 장비를 기만했던 강력한 반사 신호는 바로 이 수십억, 수백억 마리에 달하는 랜턴 피쉬들이 몸속에 지니고 있는 작은 부레에 음파가 부딪혀 돌아왔던 결과물이었던 셈입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아서는 작은 파수꾼과 생물학적 탄소 펌프의 작동 원리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아주 강렬한 의문점이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그저 바다 깊은 곳에 숨어 살면서 매일 밤낮으로 먹이를 찾아 위아래로 바쁘게 수직 이동을 반복할 뿐인 이 흔하디흔한 작은 심해어가, 도대체 무슨 수로 인류 전체와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거대한 지구 온난화 현상을 막아주고 있다는 말입니까. 이 거대하고도 신비로운 질문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현대 환경 과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개념 중 하나인 탄소 격리 시스템에 대해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상에서 푸른 바다는 실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탄소를 품고 있는 거대한 천연 탄소 저장고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략적인 수치로만 살펴 보아도 바다 속에는 무려 38,000기가톤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탄소가 안전하게 저장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 양이 얼마나 대단한 수준인지 우리가 체감할 수 있도록 다른 지표들과 직접 비교해 본다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바다가 머금고 있는 탄소의 총량은 인류가 내뿜는 매연으로 가득 찬 대기 중에 존재하는 전체 탄소량과 비교했을 때 무려 45배에 달하는 엄청난 수치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육상의 푸른 식물들과 기름진 토양 전체에 저장되어 있는 탄소량의 16배에 이르며, 얼어붙은 북극의 영구 동토층이 붙잡고 있는 탄소량의 23배에 해당하는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 푸른 바다 속에 고스란히 갇혀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인류가 대기 중으로 끊임없이 배출해내는 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들이 도대체 어떠한 과학적 경로와 과정을 거쳐서 차갑고 깊은 심해 속으로 안전하게 들어가 영원히 격리될 수 있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의 주요한 전달 방법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순수한 지구 물리적인 현상에 의한 전달인데, 이를 과학계에서는 열염순환이라고 부릅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바다 표면에 닿아 녹아들게 되면, 온도가 낮고 염분이 높아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머금은 찬 바닷물이 밀도 차이로 인해 무거워져서 북극이나 남극해 근처에서 바다 밑바닥을 향해 거대하게 아래로 가라앉게 됩니다. 이렇게 가라앉은 거대한 해류의 흐름을 타고 탄소가 자연스럽게 깊은 심해로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 열염순환 방식은 거대한 지구 규모의 해류 순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동 속도가 지구의 시간만큼이나 엄청나게 느리다는 치명적인 한계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기 중의 탄소를 빠르게 붙잡아 두고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정말로 중요하게 작용하는 핵심 메커니즘은 바로 두 번째 방법인 해양 생물들에 의한 역동적인 전달 과정입니다. 하늘에 떠 있는 이산화탄소가 바다의 표층 해수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게 되면, 햇빛이 잘 드는 바다 표면 근처에 살고 있는 미세한 식물성 플랑크톤들이 이 탄소를 흡수하여 활발하게 광합성을 시작합니다. 이러한 광합성 작용을 통해 식물성 플랑크톤의 부드러운 몸집 속에 단단히 고정된 탄소는, 바다 생태계의 촘촘한 먹이사슬을 따라 다음 단계인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이를 잡아먹는 작은 육식성 해양 생물들의 체내로 차례차례 이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상위 생물들이 수명을 다해 죽거나 배설물을 대량으로 배출하게 되면, 탄소를 가득 머금은 그들의 사체 조각과 유기물 부산물들은 중력의 법칙에 의해 깊고 어두운 해저를 향해 아주 천천히 눈처럼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이 현상이 밤하늘에 하얗게 흩날리는 눈송이와 너무나도 닮았다고 하여 해양학자들은 이를 감성적인 단어로 바다 눈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다 깊은 곳으로 하염없이 떨어지는 바다 눈은 대기 중에 머물던 탄소를 최종적으로 거대한 해저 바닥에 꾹꾹 눌러 담아 격리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우리가 학술적인 용어로 생물학적 탄소 펌프라고 부르는 이 놀라운 생태계적 과정은 지구 전체의 기후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 절대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생명 유지 장치입니다. 만약 바다 속에서 이 생물학적 탄소 펌프 작용이 어느 한순간 완전히 멈추어 버린다면, 대기 중에서 녹아들어 온 이산화탄소가 바다 표층에만 계속해서 뚱뚱하게 쌓이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바다 표면이 탄소로 포화 상태에 이르면 화학적 평형 원리에 의해 더 이상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바닷물 속으로 녹아들어 가지 못하는 끔찍한 막힘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는 결국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고스란히 쌓여 농도가 가파르게 폭등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마침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하고 파괴적인 지구 온난화 대재앙을 유발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아름다운 바다 눈을 통한 탄소의 격리 과정 역시 물리적인 해류 순환에 비하면 확실히 빠른 편에 속하지만, 급증하는 인류의 탄소 배출량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입니다. 미세한 유기물 입자로 구성된 바다 눈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가라앉는 속도가 하루에 고작 수십 미터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 세계 바다의 평균 깊이가 약 4,000미터라는 엄청난 깊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수학적으로 계산해 보면, 바다 표면에서 출발한 바다 눈 입자가 깊은 해저 바닥에 안전하게 안착하여 격리되기까지는 중간에 다른 생물에게 먹히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무려 한 달이 넘는 기나긴 시간이 소요되는 셈입니다. 바로 이 답답하고 느린 탄소 격리 과정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구세주처럼 등장하여 엄청난 진가를 발휘하는 존재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2cm짜리 작은 심해어, 랜턴 피쉬입니다.


연간 16억 5천만 톤의 기적과 아마존 수풀을 압도하는 푸른 심해의 영웅들

과거 1940년대에 심해 산란층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으로 발견된 이후, 전 세계의 수많은 해양학자들은 바다 눈처럼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소극적인 방법 외에, 훨씬 더 강력하고 역동적인 방법으로 심해의 탄소가 급속하게 격리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추가로 발견해 냈습니다. 그것이 바로 랜턴 피쉬를 비롯하여 크릴새우나 작은 심해 오징어처럼 엄청난 개체 수를 자랑하는 소형 심해 생물 군집이 매일 밤낮으로 펼치는 대규모 수직 이동의 힘이었습니다. 이 수많은 랜턴 피쉬 무리들은 어두운 밤이 되면 바다 표층으로 일제히 무리를 지어 올라와 탄소가 가득 차 있는 풍부한 플랑크톤 먹이들을 엄청난 양으로 섭취합니다. 그리고 날이 밝아오기 전, 먹어 치운 탄소를 자신들의 작은 몸속에 고스란히 담은 채 다시 수백 미터 깊은 곳의 어두운 심해 속으로 순식간에 내려갑니다. 이들이 본래의 서식지인 심해로 돌아와 소화 과정을 거쳐 배설해 내는 배설물 덩어리들은, 부드럽고 미세하여 천천히 가라앉던 일반적인 바다 눈 유기물들과는 물리적인 특성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 심해어들의 배설물은 입자의 크기가 훨씬 더 크고 밀도가 높아 묵직하기 때문에, 거친 해류의 방해를 받지 않고 해저 바닥을 향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직선 침강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대기 중의 탄소를 그 어떤 필터보다도 훨씬 더 효율적이고 확실하게 심해 깊숙한 곳에 고정해 버리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놀라운 생물들은 1년 365일 내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밤낮으로 위아래를 왕복하며 이 거대한 수직 이동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가 대기에서 심해로 격리되는 물리적인 속도와 순환 주기를 바다 눈의 침강 속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단축해 줍니다. 쉽게 말해 랜턴 피쉬들이 거대한 탄소 특급 배달 트럭 역할을 자처하며 심해와 표층을 바쁘게 오가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 2021년, 미국 러커스 뉴저지 주립대학교 해양과학과의 세계적인 석학 그레이스 사바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정밀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이 작은 랜턴 피쉬 군집의 활동에 의해 매년 심해 속으로 안전하게 격리되는 순수한 탄소의 양은 연간 무려 16억 5천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공식 확인되었습니다. 이 16억 5천만 톤이라는 수치는 전 세계 푸른 바다가 지구 전체에서 흡수하여 격리시키는 총 탄소량 중에서 무려 16%라는 거대한 비중을 단 하나의 물고기 종족이 모두 담당하고 있음을 뜻하는 실로 경이로운 데이터입니다. 이 숫자가 얼마나 거대하고 위대한 기적인지 우리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육상 생태계와 비교해 드리겠습니다. 현재 전 세계 인류가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며 환경 보호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거대한 아마존 열대우림 전체가 연간 자연적으로 포집하고 흡수하는 탄소의 총량이 약 12억 톤 수준입니다. 전 세계의 거대한 열대우림이 해내는 일보다, 사방이 캄캄한 바다 밑바닥에 사는 고작 2cm 크기의 보이지 않는 작은 물고기 떼가 연간 수억 톤이나 더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는 사실은 깊은 전율을 선사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거대한 몸집으로 탄소를 가득 머금은 채 죽어서 해저로 가라앉아 기후 변화를 막아준다고 널리 알려진 대형 고래들의 탄소 격리 효과조차도, 전 세계 고래를 모두 합쳐보았자 연간 최대 약 4억 톤 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평소에 이름조차 잘 알지 못했던 이 흔한 랜턴 피쉬 무리가,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동물인 고래들보다 무려 4배 이상 더 많은 양의 탄소를 매년 심해 속으로 묵묵히 실어 나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상상해보면 참 신기하고도 감사한 일입니다. 제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작은 생명체들이 머나먼 심해 속에서 꼬리를 흔들며 헤엄치는 그 당연한 일상 과학 활동이, 지금 제가 지상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이 쾌적한 지구 환경을 유지하는 데 이토록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었다니 말입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지구는 이 작은 영웅들의 거대한 날갯짓 덕분에 뜨거워지는 온도를 간신히 붙잡으며 버텨내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깊은 감동마저 밀려옵니다.


역사를 바꾸는 평범한 다수의 위대함과 우리가 가져야 할 생태계적 시선

이렇듯 랜턴 피쉬가 깊은 바다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생물학적 비중이 엄청나고, 지구 기후 조절의 핵심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된 이후, 국제 사회와 학계에서는 매우 심도 있는 논쟁과 우려들이 동시에 교차하고 있습니다. 사실 랜턴 피쉬가 전체 심해 어류 생물량의 6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그 수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나다는 사실이 처음 세상에 알려졌을 당시, 세계 각국의 대형 어업 기업들과 일부 국가들은 이들을 대량으로 포획하여 인류의 부족한 식량 자원으로 활용하거나 가축의 사료, 혹은 고급 오일 성분을 추출하기 위한 새로운 블루오션 식량원으로 확보하려는 상업적 시도를 진지하게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상세히 설명해 드린 랜턴 피쉬의 독보적이고 위대한 탄소 격리 역할과 기후 변화 억제 능력이 세상에 밝혀지면서, 수많은 환경 과학자들과 해양 생물학자들은 이 평범한 물고기들을 인간의 이기심으로 무분별하게 남획할 경우 발생할 끔찍한 연쇄 기후 재앙에 대해 강력한 경고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습니다. 이 작은 물고기들의 개체 수가 조금이라도 감소하게 된다면, 바다의 생물학적 탄소 펌프 시스템 전체가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려 지구 온난화의 시계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이러한 과학적 우려 덕분에 현재는 이들을 상업적으로 대량 남획하는 행위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으며, 우리가 보호해야 할 가장 소중한 지구의 파수꾼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평소에 자연을 바라보거나 세상을 살아갈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속 깊은 곳에 굳게 자리 잡은 무의식적인 선입견을 품고는 합니다. 깊고 깊은 심해 속에는 오직 거대하고 기괴하며, 번쩍이는 거대한 이빨을 가졌거나 아주 특이하고 신기하게 생긴 희귀한 생물들만이 살고 있을 것이라는 화려한 선입견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평범하지 않고 눈에 확 띄는 특별한 존재들이야말로 생태계에서 가장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 것이며, 그들에게만 무언가 대단하고 위대한 능력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반면에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거나 겉모습이 그저 고만고만하고 평범한 존재들은 별 볼 일 없고 사소한 것들로 치부해 버리는 이분법적인 인식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우리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역시 이와 놀라울 정도로 고스란히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역사 교과서의 중심에 서 있는 특출난 소수의 영웅이나 천재, 혹은 강력한 권력을 지닌 지도자들만이 거대한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꿀 수 있고 역사를 진보시킬 수 있다는 소수 영웅주의적 선입견에 사로잡혀 살아가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나온 인류 역사의 가장 결정적이고 위대한 순간들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그 중심에는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했던 이름 없는 평범한 다수의 민중들이 언제나 함께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소수의 잘난 영웅들이 아니라, 매일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살아가는 평범한 다수의 거대한 물결에 의해 진정으로 변화되어 왔으며, 이 평범한 대중들의 성실한 하루하루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인간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은 단 하루도 온전하게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과거 어떤 위대한 철학자가 남긴 말처럼, 우리 삶에서 어떠한 면을 바라보든 간에 그 평범함이라는 가치는 그 자체로 가장 위대하고 숭고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단 2cm 크기의 아주 평범하고 흔한 심해어 랜턴 피쉬가 온몸을 던져 거대한 지구 전체를 구해내고 있는 이 경이로운 자연계의 법칙처럼 말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바다 밑바닥에서 묵묵히 지구를 차갑게 식혀주던 작은 물고기들의 위대한 날갯짓을 기억하며, 우리 역시 우리 각자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지구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 하나를 오늘부터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해 보아야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평범한 것들이 지닌 숨은 위대함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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