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 원숭이가 사는 놀라운 비밀과 북미에 토종 원숭이가 없는 이유
남미 열대우림에는 60종 이상의 다양한 신세계 원숭이가 살고 있지만 이들의 기원을 추적하면 매우 기묘한 사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과거 대륙의 이동과 기후 변화 속에서 아프리카의 원숭이들이 거대한 대서양을 건너 남미로 이주했다는 흥미로운 가설과 화석 증거들이 존재합니다. 반면 북미 대륙은 혹독한 기후 변화와 사막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토종 원숭이가 생존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본 글에서는 영장류의 탄생부터 대서양을 건넌 기적 같은 여정, 그리고 기후가 만들어낸 장벽에 이르기까지의 흥미진진한 진화 역사를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초기 영장류의 번성과 북미 대륙의 미스터리
지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영장류의 시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백악기 대멸종 직후인 약 6,590만 년 전 북미 대륙의 울창한 숲에서는 최초의 영장류 조상으로 알려진 프로가토리우스가 나무를 오르내리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이 작은 생명체들은 공룡이 사라진 빈자리를 채우며 곤충과 열매를 찾아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그로부터 약 천만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지구는 커다란 기후적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약 5,600만 년 전 팔레오세 말부터 에오세 초까지의 시기에는 지구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온난화 시기인 팔레오세 에오세 최대 온난기, 즉 petm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단 20만 년이라는 짧은 지질학적 시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이 5도에서 8도나 상승했으며 이로 인해 남극마저 울창한 숲으로 뒤덮일 정도로 지구 전체가 따뜻하고 습한 기후를 유지했습니다. 이러한 폭발적인 온난화 덕분에 초기 영장류들은 북미와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 걸쳐 엄청난 번성기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플레시아다피스, 테일하르디나, 돈모미드가, 아다포이드과 등 다양한 초기 영장류들이 울창한 숲을 보금자리 삼아 진화의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이들은 점차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로 이동했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다양한 구세계 원숭이들의 조상으로 분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풍요롭던 북미 대륙의 영장류 세상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온난화 시기가 끝이 나고 올리고세 후기에 접어들면서 지구의 기온은 지속적으로 하강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온이 낮아지고 건조해지면서 북미 대륙을 가득 채웠던 울창한 숲들은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에 광활한 초원이 들어섰습니다.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열매와 곤충을 먹던 영장류들에게 숲의 소멸은 곧 생존의 위기를 의미했습니다. 결국 약 2,600만 년 전 미국 중서부 사우스다코타 지역에서 발견된 초기 여우원숭이의 화석 기록을 마지막으로 북미 대륙의 토종 영장류들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미국 원숭이나 캐나다 원숭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아주 거대한 의문이 생겨나게 됩니다 영장류가 처음 등장하던 시기에 남미 대륙에는 영장류가 전혀 살지 않았고 북미에 살던 초기 영장류들은 2,600만 년 전에 모두 멸종해 버렸다면 도대체 지금 남미 열대우림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저 수많은 원숭이들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일까요. 북미의 원숭이들이 멸종하기 전에 남쪽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도 있지만 고생물학적 화석 증거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당시 북미의 화석들과 남미의 원숭이들 사이에는 진화적 공통점이 거의 없었으며 무엇보다 올리고세 당시에는 북미와 남미 대륙이 지금처럼 지협으로 연결되어 있지도 않았습니다. 대륙이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육로를 통한 남하는 불가능에 가까웠고 이를 증명할 중간 단계의 화석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가설로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베링 해협을 건너 북미를 지나 남미로 내려오는 초장거리 경로를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이는 극심한 기후 변화와 위도에 따른 식생 변화를 모두 이겨내야 하므로 당시의 초기 영장류에게는 불가능한 여정이었습니다. 남미 원숭이들의 존재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거대한 수수께끼로 고생물학계의 오랜 고민거리였습니다.
학계를 뒤흔든 파격적인 가설과 뗏목 이동설의 등장
남미 대륙에 서식하는 원숭이들의 기원을 밝혀내지 못해 오랜 시간 골머리를 앓던 고생물학계에 1970년대 초 아주 파격적이고 황당해 보이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프랑스의 분류학자인 로버트 호프시테더와 고생물학자 르네 라보카 박사는 이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건너왔다는 뗏목 이동설을 제기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약 4,000만 년 전에서 3,000만 년 전 사이 아프리카에 살던 일부 초기 원숭이들이 홍수나 거대한 자연재해로 인해 강가에서 쓸려 내려온 나무줄기와 잎사귀, 흙 등이 엉켜서 만들어진 자연적인 뗏목에 우연히 올라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거대한 자연 뗏목이 해류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남미 대륙에 도착하여 정착하게 되었고 이들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오늘날의 신세계 원숭이로 진화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두 과학자는 원숭이뿐만 아니라 남미에 사는 대표적인 설치류인 기니피그나 카피바라 같은 호저류들 역시 아프리카에 그 기원을 두고 있으며 이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자연 뗏목을 타고 대서양을 건넜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가설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학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못해 비웃음에 가까웠습니다 육상 포유류가 아무런 동력도 없는 나무 무더기를 타고 그 넓고 거친 망망대해를 건넌다는 시나리오는 확률적으로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파도와 휘몰아치는 폭풍우, 그리고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서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신대륙에 무사히 안착한다는 것은 한 편의 공상과학 소설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황당해 보이던 가설을 뒷받침하는 실제 자연계의 사례들이 하나둘씩 관찰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1995년 카리브해를 강타한 강력한 허리케인 때 발생했습니다. 당시에 과들루프 섬에 살던 일련의 이구아나들이 폭풍으로 인해 부러져 나간 거대한 초목더미에 올라탄 채 해류를 타고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앵귤러 섬까지 떠내려가 무사히 정착한 사례가 실제로 확인된 것입니다. 인간의 눈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자연 뗏목을 통한 해양 이동이 자연계에서는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임이 증명된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 대륙 동쪽에 위치한 거대한 섬 마다가스카르에만 사는 독특한 영장류인 여우원숭이들 역시 과거 아프리카 본토에서 자연 뗏목을 타고 바다를 건너가 정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남미 원숭이의 대서양 횡단 가설은 점차 과학적인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넓은 바다라는 공간이 생명체의 이동을 완전히 차단하는 벽이 아니라 때로는 해류와 바람을 타고 새로운 대륙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빨 화석이 증명하는 아프리카 기원설과 대항해의 조건
뗏목 이동설이 단순한 상상력을 넘어 확고한 과학적 사실로 자리 잡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최근 남미 대륙에서 발견된 고대 화석들이었습니다. 2015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국립대학교의 저명한 고생물학자인 마리아노 본드 박사 연구팀은 페루의 센터로자 지역을 조사하던 중 놀라운 발견을 했습니다 약 3,600만 년 전에 살았던 초기 영장류의 화석인 페루피테쿠스의 이빨 화석 몇 점을 발굴한 것입니다. 연구팀이 이 화석을 정밀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그 형태와 크기, 미세한 구조가 같은 시기 아프리카 리비아 지역의 지층에서 발견되던 고대 영장류 탈라피테쿠스의 이빨 화석과 완전히 일치했습니다. 대륙을 사이에 두고 발견된 두 화석이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던 것입니다. 발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20년에도 페루의 동일한 지역에서 약 3,400만 년 전의 또 다른 초기 영장류인 유카엘리피테쿠스의 이빨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이 역시 북아프리카 이집트 지역에 살았던 파라피테쿠스의 화석과 매우 유사한 특징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연속적인 화석 증거들은 남미 영장류의 뿌리가 명백히 아프리카 대륙에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옛날 원숭이들은 어떻게 그 먼 바다를 건널 수 있었을까요 고생물학자들과 해양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당시의 지구 환경은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오늘날 아프리카와 남미 대륙은 약 2,800킬로미터라는 엄청난 거리로 떨어져 있지만 원숭이들이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3,500만 년 전에는 대륙 이동의 과정상 두 대륙 사이의 거리가 약 1,600에서 2,000킬로미터 정도로 지금보다 훨씬 가까웠습니다. 게다가 당시의 해류 흐름을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아프리카에서 남미 쪽으로 향하는 강력하고 빠른 해류가 존재했음이 밝혀졌습니다. 만약 운 좋게 이 해류의 흐름을 제대로 타기만 했다면 자연 뗏목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8일에서 길게는 15일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홍수나 열대성 폭풍으로 인해 강가에서 통째로 뜯겨 나간 자연 뗏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규모가 훨씬 거대합니다. 커다란 나무들이 뿌리째 얽혀 있는 이 뗏목에는 원숭이들이 달라붙어 버틸 수 있는 단단한 공간이 있었고 나무에 열려 있던 열매나 내부에 살던 곤충들이 함께 쓸려왔기 때문에 훌륭한 비상식량이 되어주었습니다. 게다가 우거진 나뭇잎과 줄기 사이사이에는 빗물이 고이거나 이슬이 맺힐 수 있어 항해 기간 동안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소중한 식수원 역할까지 해주었을 것입니다. 더불어 당시 두 대륙 사이의 바다에는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거대한 고대 섬들의 흔적인 리오그란데 혓바닥 지형과 월비스 해령이 존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원숭이들이 한 번에 대서양을 건넌 것이 아니라 이 섬들을 징검다리 삼아 쉬어가며 점진적으로 횡단했을 것이라는 징검다리 이주 가설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비록 직접적인 항해의 과정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이빨 화석이라는 명백한 증거와 당시의 해양 환경 분석은 무모해 보였던 원숭이들의 대서양 대항해가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었음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위도에 따른 기후 장벽과 북미 진출 실패의 이유
아프리카를 떠난 원숭이들이 무사히 남미 대륙에 안착하여 성공적으로 번성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나면 또 다른 궁금증이 꼬리를 물게 됩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남미에 무사히 자리를 잡고 개체수를 늘려갔다면 왜 그 원숭이들은 더 넓은 북미 대륙으로 올라가 토착종이 되지 못했을까요.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면 약 3,400만 년 전 남미에 도착한 원숭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대륙 전체로 영토를 확장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북미와 남미 대륙을 이어주는 파나마 지협이 완전히 형성되기 한참 전인 약 2,100만 년 전 이미 중미 지역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리적으로 북미 대륙의 턱밑까지 전진했던 것입니다. 심지어 약 300만 년 전 지구의 지각 변동으로 인해 파나마 지협이 완전히 연결되면서 남미의 수많은 포유류들이 북미로 이동하고 북미의 동물들이 남미로 내려오는 거대한 동물 교류가 일어났을 때도 원숭이들은 이상하리만치 북미 대륙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위쪽으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이 수수께끼 같은 현상에 대해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세계적인 생물지리학자 존 플린 박사는 아주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 원인은 지리적 연결의 유무가 아니라 위도에 따른 혹독한 기후 장벽에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대서양 횡단 가설의 대전제를 살펴보면 아프리카에서 자연 뗏목을 타고 떠내려온 원숭이들은 초원이나 황무지가 아닌 강가의 울창한 숲속에 살던 영장류들이었습니다. 숲에 살던 녀석들이었기에 홍수가 났을 때 나무더미와 함께 바다로 쓸려 내려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유전자는 수백만 년 동안 철저하게 따뜻하고 습한 열대우림 기후와 나무 위 생활에 최적화되도록 진화했습니다. 실제로 오늘날 중남미 대륙에 서식하는 비단원숭이, 거미원숭이 등 모든 신세계 원숭이들은 예외 없이 숲을 보금자리로 삼아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들이 중미를 거쳐 북미 대륙 본토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멕시코 북부와 미국 남부에 위치한 치와와 사막이나 소노라 사막 같은 거대하고 황량한 건조 지대를 통과해야만 했습니다. 나무 한 그루 찾기 힘들고 뜨거운 태양과 메마른 모래바람만 가득한 사막은 평생을 울창한 숲과 나무 위에서만 살아온 원숭이들에게는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하고 치명적인 자연의 벽이었습니다. 먹을 수 있는 열매도 없고 몸을 숨길 울창한 나뭇잎도 없는 환경에서 이들은 사막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는 마치 남극의 차가운 해류에 완벽하게 적응한 펭귄들이 적도의 따뜻한 난류라는 온도 장벽을 넘지 못해 북반구로 진출하지 못하는 자연의 이치와 일맥상통합니다. 결국 남미의 원숭이들은 사막이라는 기후적 장벽에 가로막혀 북미로의 진출을 포기해야 했고 이로 인해 오늘날까지도 북미 대륙에는 토종 원숭이가 단 한 마리도 살지 않게 된 것입니다. 무심코 바라보았던 남미 원숭이들의 귀여운 모습 뒤에는 이처럼 대서양을 건너는 목숨을 건 대항해와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운 거대한 진화의 역사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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