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뱀 사육이 불법인 이유와 생태계의 비밀

뉴질랜드는 숲과 산이 풍부하지만 지구상에서 육상 뱀이 한 마리도 살지 않는 독특한 섬나라입니다. 이 글에서는 뉴질랜드에 뱀이 존재하지 않는 대륙 이동과 기원의 과학적 배경을 살펴보고, 외래종인 뱀이 유입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생태계 파괴의 위험성과 뉴질랜드 정부가 뱀 사육을 엄격히 법으로 금지하는 이유를 상세히 알아봅니다.


뉴질랜드에 육상 뱀이 존재하지 않는 신비로운 자연환경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뱀의 분포를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구 전역에 분포하는 3천여 종의 뱀 중에서 남극,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그린란드와 함께 뉴질랜드에는 육상 뱀이 단 한 마리도 살지 않습니다. 간혹 바다뱀이 뉴질랜드 해안가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땅 위를 기어 다니는 육상 뱀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남극이나 그린란드처럼 1년 내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추운 고이도 지역이라면 뱀이 살 수 없는 환경이라는 점을 쉽게 납득할 수 있습니다. 뱀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혹독한 추위 속에서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푸른 숲과 거대한 산맥이 펼쳐진 뉴질랜드의 온화한 자연환경에 뱀이 살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의아한 일입니다. 과거 기록을 살펴보아도 뉴질랜드에는 뱀이 살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고생물학자가 뉴질랜드 전역을 조사했지만 뱀의 화석은 단 한 차례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과거에도 뉴질랜드 땅에는 뱀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뉴질랜드와 지리적으로 비교적 가까운 호주 대륙에는 무려 140종에 달하는 수많은 육상 뱀이 번성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두 나라 모두 남반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다양한 자연환경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곳은 뱀의 천국이고 한 곳은 뱀이 전무한 상태라는 점은 자연의 거대한 수수께끼처럼 다가옵니다. 여행이나 유학을 목적으로 뉴질랜드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숲길을 걸을 때 뱀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이 아름다운 섬나라에 왜 뱀이 없을까 하는 깊은 의문을 품게 됩니다.


대륙의 이동과 뱀의 기원으로 푸는 역사적 비밀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억 년 전의 대륙 이동과 뱀의 기원 시기를 과학적으로 추적해 보아야 합니다. 아주 먼 옛날 뉴질랜드와 호주는 곤드와나라고 불리는 거대한 하나의 초대륙으로 묶여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같은 대륙으로 이어져 있던 호주에는 뱀이 가득한데 왜 뉴질랜드에는 흔적조차 없을까요. 가장 오래된 뱀의 화석 목록을 살펴보면 약 1억 6700만 년 전 늪지대에 살았던 에오피스 언더우디, 1억 5700만 년 전에 살았던 다리 달린 뱀 포르투갈로피스 리그닌데스, 그리고 1억 4000만 년 전 건조한 육지에 살았던 디아블로피스 길모레이가 있습니다. 이 화석들이 발견된 위치를 보면 초기 뱀은 지금의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처음 기원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지구의 대륙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초기 뱀들은 육로를 따라 지구 곳곳으로 뻗어나가며 적응 방산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남반구의 거대한 초대륙이었던 곤드와나 대륙에도 마침내 뱀들이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호주 대륙에는 언제 처음으로 뱀이 등장했을까요. 호주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뱀 화석은 약 5600만 년 전의 것으로, 고대 뱀목에 속하는 알라미토피스 팀과 마라와 파타고니오피스 오스트랄렌시스 등이 있습니다. 호주 대륙의 수많은 독뱀과 구렁이들은 바로 이 고대 뱀들로부터 분화되어 진화한 것입니다. 한편 호주 그리피스 대학교의 생물학자 폴 올리버 교수는 지금의 호주 뱀들이 곤드와나 대륙에서 직접 온 것이 아니라, 약 3500만 년 전 아시아 지역에서 동남아시아의 여러 섬을 징검다리 삼아 호주로 건너와 진화했을 것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뱀의 호주 정착 시기가 5600만 년 전이든 3500만 년 전이든 간에, 뉴질랜드는 이보다 훨씬 전인 약 8500만 년 전에 이미 곤드와나 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적인 섬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뉴질랜드가 거대한 바다를 사이에 두고 고립된 섬이 된 시점이 뱀이 호주를 포함한 남반구 주변 지역으로 본격적으로 이동하고 번성하기보다 한참 앞섰던 것입니다. 결국 뱀들이 호주와 주변 대륙에 정착해 이동을 시작했을 때는 이미 뉴질랜드로 건너갈 수 있는 육로가 완전히 끊어진 후였습니다. 뱀은 바다를 건너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칠 수 없는 육상 동물이기에 뉴질랜드라는 고립된 요새 속으로 들어갈 기회를 영원히 놓치게 된 셈입니다.


질랜디아 대륙의 침몰과 기후 변화가 가져온 결과

물론 모든 과학자가 이 의견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1995년부터 학계에 언급되기 시작하여 현재는 꽤 구체화된 질랜디아라는 대륙 개념을 바탕으로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존재합니다. 일부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과거 지금의 뉴질랜드와 뉴칼레도니아는 약 490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하나의 대륙인 질랜디아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질랜디아 대륙은 약 5200만 년 전까지만 해도 호주 대륙과 매우 가깝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뱀을 비롯한 다양한 파충류들이 호주에서 뉴질랜드 지역으로 충분히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뉴질랜드 테파파 국립박물관의 척추동물 큐레이터인 앨런 테니스 박사는 이러한 가능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결정적인 반박 논리를 제시합니다. 질랜디아 대륙이 과거에 존재했고 호주와 가까웠다 하더라도, 약 2300만 년 전에 대륙의 대부분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이 과정에서 육지의 대부분이 수몰되면서 그곳에 살고 있던 뱀을 포함한 수많은 육상 척추동물들이 대량으로 멸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지구적인 기온 하강으로 인한 극심한 환경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뱀은 기온이 낮아지면 활동 능력을 잃고 생존하기 어려운 변온동물입니다. 대륙의 침몰로 서식지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기온까지 뚝 떨어지자 뱀에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생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앨런 테니스 박사는 만약 과거 질랜디아 대륙을 통해 뉴질랜드 지역에 뱀이 유입되어 살고 있었다 하더라도, 급격한 대륙 침몰과 기후 변화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했고 결국 최소 1900만 년에서 1600만 년 전 사이에는 뉴질랜드 땅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결과적으로 지구의 역동적인 지각 변동과 기후의 변화가 뉴질랜드를 뱀이 없는 청정 구역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입니다.


포식자 없는 평화로운 생태계와 뱀 유입의 치명적인 위험성

오랜 세월 동안 뱀의 발길이 닿지 않은 뉴질랜드는 지구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아주 독특하고 평화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뉴질랜드의 야생 동물들은 수천만 년 동안 뱀이라는 치명적인 포식자를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더불어 뉴질랜드에는 대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늑대나 여우, 맹수 같은 강력한 육상 포식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파충류라고 해봤자 고작 몸길이 24cm 정도에 불과하며 주로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옛도마뱀인 투아타라 같은 온순하고 작은 녀석들이 전부입니다. 이처럼 육상 포식자가 없다 보니 뉴질랜드의 조류들은 하늘을 날 필요성을 잃어버리고 땅 위에서 생활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뉴질랜드의 국조로 잘 알려진 키위새입니다. 키위새는 날개가 퇴화하여 날지 못하고 땅 위에 둥지를 틀며 알을 낳고 살아갑니다. 만약 인간의 이기심이나 부주의로 인해 외래종인 뱀들이 뉴질랜드 자연에 유입되고 탈출하여 번식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수천만 년 동안 포식자 없이 평화롭게 유지되던 뉴질랜드의 생태계는 그야말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처참하게 파괴될 것입니다. 땅 위를 기어 다니며 은밀하게 사냥하는 뱀에게 날지 못하는 키위새와 땅 위에 사는 수많은 희귀 조류들은 너무나도 손쉬운 표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뉴질랜드의 동물들은 뱀을 보아도 도망쳐야 한다는 방어 본능이나 위기감 자체가 진화론적으로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무방비 상태로 당하게 됩니다. 이는 과거 인간이 들여온 쥐, 개, 고양이 같은 외래종에 의해 서식지와 알을 약탈당하고 결국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린 모리셔스 섬의 도도새 운명을 고스란히 따라가게 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괌이라는 섬에 외래종인 갈색나무뱀이 우연히 유입된 후, 섬에 살던 토착 조류의 대부분이 멸종해 버린 끔찍한 생태계 재앙 사례가 존재합니다. 뉴질랜드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동물원은 물론이고 개인의 뱀 사육과 반입을 전면 금지하며, 이를 위반하는 밀수업자에게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만 달러라는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철저한 예방만이 뉴질랜드의 고유하고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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