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왜 온혈동물로 진화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

우리는 평소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실 이는 생물학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인 선택입니다. 파충류보다 수십 배나 많은 음식을 섭취해야만 유지될 수 있는 이 독특한 내온성 시스템이 왜 우리 몸에 자리 잡게 되었는지 그 진화적 배경과 놀라운 생존 전략을 상세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온혈과 냉혈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우리가 흔히 포유류나 조류를 온혈동물이라 부르고 파충류나 양서류를 냉혈동물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이는 다소 부정확한 표현입니다. 따뜻한 햇볕 아래서 체온을 높인 도마뱀의 피는 실제로 매우 뜨겁고 겨울잠을 자는 곰의 체온은 평상시보다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과학계에서는 이를 체온 유지 방식에 따라 내온성 항온 동물과 외온성 변온 동물로 구분하여 부르고 있습니다. 내온성 동물이란 스스로 몸 안에서 열을 생산하여 외부 환경에 관계없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동물을 의미하며 외온성 동물이란 주변 환경의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동물을 뜻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스스로 열을 내는 방식은 에너지 효율 면에서 정말 끔찍한 선택입니다. 체온이 10도 올라갈 때마다 신진대사율은 무려 두 배씩 증가하는데 이는 우리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파충류보다 약 30배나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사람이 하루에 먹는 양으로 파충류는 한 달을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우리가 얼마나 사치스러운 진화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계의 소수 정예인 포유류와 조류가 이 길을 선택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지구력을 결정짓는 호기성 용량 가설의 비밀

내온성이 진화한 이유를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바로 호기성 용량 가설입니다. 1979년 존 루벤 박사가 제시한 이 이론은 근육이 에너지를 생산할 때 산소를 최대한 활용하는 능력이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외온성 동물인 도마뱀은 순간적으로 아주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만 이는 산소 없이 에너지를 만드는 혐기성 호흡에 의존하기 때문에 금방 지치고 마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포유류는 미토콘드리아의 밀도가 훨씬 높아 산소를 이용한 유산소 운동 능력이 탁월합니다. 조사에 따르면 포유류의 호기성 운동 능력은 비슷한 크기의 파충류보다 무려 10배에서 40배까지 높다고 합니다. 이러한 높은 지구력은 단순히 오래 달리는 것을 넘어 사냥을 하거나 천적을 피할 때 그리고 더 넓은 영역을 확보하고 번식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압도적인 유리함을 제공했습니다. 결국 몸에서 열이 발생하는 것은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부산물이었으며 이것이 체온 유지 시스템으로 발전하면서 우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강력한 엔진을 갖게 된 셈입니다.


육지 진출과 감염 예방이라는 진화적 이점

내온성 시스템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약 3억 년 전 동물이 육지로 진출하던 때로 추정됩니다. 물속과 달리 육지는 중력이 강해 이동에 더 많은 힘이 들고 기온 변화도 매우 심했습니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높은 신진대사율이 필요했고 자연스럽게 내온성이 선택되었습니다. 또한 높은 체온은 질병 예방 측면에서도 큰 도움을 줍니다. 2004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우리 몸의 높은 온도는 곰팡이나 기생충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일종의 방어막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미생물은 고온에서 증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한 열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감염병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일차적인 면역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물론 모든 동물이 같은 길을 간 것은 아닙니다. 중생대의 공룡들은 체온 유지에 에너지를 적게 쓰는 대신 그 에너지를 몸집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중온성 전략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조상인 포유류는 거대한 공룡들을 피해 주로 밤에 활동해야 했고 기온이 떨어지는 밤에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열을 내는 방식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자연계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생존 전략들

흥미롭게도 내온성과 외온성의 경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연합니다.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 중에서도 스스로 열을 내는 종이 존재합니다. 앉은부채라는 식물은 이른 봄에 열을 내어 주변의 눈을 녹이고 다른 식물보다 먼저 꽃을 피워 경쟁 우위를 점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꽃 중 하나인 타이탄 아룸 역시 열을 발생시켜 자신의 향기를 멀리 퍼뜨림으로써 곤충을 유인합니다. 어류 중에서도 다랑어나 일부 상어는 근육에서 열을 생산해 일반 어류보다 몇 배나 빠르게 헤엄치며 포식자로서 군림합니다. 반대로 포유류이면서도 번식기가 아니면 체온을 낮게 유지하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몸집이 너무 커서 열이 잘 빠져나가지 않아 체온이 유지되는 거대 항원성 파충류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자연은 단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36.5도라는 따뜻한 체온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은 수억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치열한 진화의 흔적입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체온 속에 담긴 이 장대하고 정교한 생존의 역사를 떠올려보면 우리 몸이 한층 더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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