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정복도 가뿐한 새의 초능력, 그 비밀은 공룡 유전자에 있다?

인간에게는 죽음의 지대로 불리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아무렇지 않게 넘나드는 새들의 경이로운 신체 능력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산소통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힘든 극한의 저산소 환경에서 새들이 이토록 자유로울 수 있는 비결은 무려 2억 년 전 공룡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특별한 유전자 덕분입니다. 새와 공룡의 운동 능력을 결정지은 '슈퍼 미토콘드리아'의 탄생 비화와 진화의 역사를 상세히 정리해 드립니다.


페름기 대멸종과 10% 산소 농도가 낳은 진화의 선택

새들의 놀라운 신체 능력은 약 2억 5천만 년 전, 지구 생물종의 95%가 사라진 '페름기 대멸종' 사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대규모 화산 활동으로 인해 지구의 산소 농도는 30%에서 10%로 급격히 떨어졌고, 극심한 온난화가 찾아왔습니다. 이러한 지옥 같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초기 수각류 공룡들은 파격적인 신체 개조를 감행했습니다. 바로 유전체(개놈)의 절반 가까이를 잘라내는 과감한 축소를 선택한 것입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인슐린 작용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대거 소실되면서 공룡들은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독특한 체질을 갖게 되었습니다. 보통 인슐린은 세포 내 에너지 생산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억제하는데,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자 공룡의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는 오히려 폭발적인 활성도를 띠게 되었습니다.


저산소 시대를 이겨낸 슈퍼 미토콘드리아의 위력

인슐린 저항성을 통해 얻은 '슈퍼 미토콘드리아'는 저산소 환경에서 공룡들을 최강의 운동선수로 만들었습니다. 산소 소비량은 많지만 에너지 생산 효율이 극대화된 이 세포 덕분에, 당시 수각류 공룡인 코엘로피시스는 산소 농도가 10%밖에 안 되는 환경에서도 시속 30~40km로 수백 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는 놀라운 지구력을 발휘했습니다. 반면 포유류의 조상들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인슐린 민감도를 높여 미토콘드리아의 활동을 최대한 줄이고 숨죽여 지내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덩치는 작아지고 움직임은 느려진 포유류들은 공룡의 눈을 피해 야행성으로 적응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 시기는 포유류에게 그야말로 암흑과도 같은 순난의 시대였습니다.


기체 교환 효율을 극대화한 얇은 폐 조직의 진화

에너지를 만드는 공장이 아무리 훌륭해도 원료인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수각류 공룡들은 인슐린 저항성을 활용해 호흡 기관인 폐까지 혁신적으로 진화시켰습니다. 인슐린 노출이 적어지면서 폐의 상피 조직이 포유류보다 훨씬 얇아지게 된 것입니다. 조직이 얇아질수록 공기 중의 산소를 혈액으로 전달하는 기체 교환 능력은 몇 배나 높아졌습니다. 결국 유전자 축소에서 비롯된 인슐린 저항성이 '에너지 공장의 활성화'와 '원료 공급망의 효율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해준 셈입니다. 덕분에 그 후손인 새들은 오늘날에도 인간보다 3~4배 높은 혈당 수치를 유지하면서도 당뇨병 같은 질환 없이 폭발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신체를 갖게 되었습니다.


잉여 에너지의 축복과 조류로 이어지는 공룡의 유산

약 1억 8천만 년 전부터 지구의 산소 농도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자, 이미 슈퍼 미토콘드리아를 장착하고 있던 수각류 공룡들에게는 엄청난 양의 '잉여 에너지'가 생겨났습니다. 이 남는 에너지는 공룡들을 세 가지 방향으로 진화하게 만들었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처럼 거대해지거나, 벨로키랍토르처럼 빠른 사냥꾼이 되거나, 혹은 시조새처럼 하늘을 나는 능력을 얻는 것이었죠. 이 중 비행 능력을 선택한 그룹이 바로 현재의 조류입니다. 새들의 미토콘드리아는 포유류와 달리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적게 배출하여, 비슷한 크기의 포유류보다 훨씬 오래 사는 장수 능력까지 갖추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숲에서 마주치는 작은 새 한 마리에게서 2억 년 전 거대 공룡의 찬란한 진화 역사가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다시금 깨닫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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