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매력 뒤에 숨겨진 위대한 진화, 고대 물고기 사카밤바스피스의 모든 것

인터넷 밈(Meme)으로 한때 세상을 뜨겁게 달궜던 기묘한 얼굴의 물고기를 아시나요? 핀란드 박물관의 다소 허술한 복원 모형 덕분에 '하찮은 귀여움'의 대명사가 된 '사카밤바스피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웃음기 빼고 과학적으로 접근해보면 녀석은 어류 진화 역사에서 보물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4억 년 전 바다를 누비던 이 신비로운 생명체의 탄생 비화부터 인류 치아의 기원까지, 흥미진진한 생물학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우연이 만든 보물, 30여 마리가 한꺼번에 화석이 된 사연

사카밤바스피스는 1986년 볼리비아의 사카바 마을 인근에서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이름 역시 '사카바의 방패'라는 뜻을 담고 있죠.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한꺼번에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당시 아침 바다에 갑작스러운 홍수로 많은 양의 담수가 유입되면서, 염도 변화를 견디지 못한 사카밤바스피스들이 집단 폐사해 진흙 속에 묻혔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 안타까운 고대사의 비극 덕분에 오늘날 고생물학자들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전한 형태의 화석을 연구할 수 있었고, 지느러미 하나 없는 올챙이 같은 독특한 외형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턱도 지느러미도 없다? 무악어류의 기묘한 생존 전략

사카밤바스피스는 현대의 물고기와는 많이 다릅니다. 우선 우리에게 익숙한 '턱'이 없습니다. 턱은 원래 아가미를 지지하던 연골이 변형되어 생긴 것인데, 녀석은 그 진화가 일어나기 전인 '무악어류'에 속합니다. 입은 그저 동그란 구멍일 뿐이었고, 이빨 대신 작은 뼈 비늘들이 입가를 덮고 있었습니다. 또한 등이나 배, 가슴 지느러미가 전혀 없이 오직 꼬리 지느러미만으로 헤엄을 쳤습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빠른 사냥은 불가능했을 것이며, 주로 바닥의 유기물이나 플랑크톤을 물과 함께 빨아들여 삼키는 방식으로 생계를 유지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머리부터 시작된 뼈의 역사, '막골'과 '갑주어'의 비밀

사카밤바스피스는 '갑주어'의 일종입니다. 척추동물의 진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뼈'다운 뼈를 만들어낸 부위는 등이 아니라 머리였습니다. 녀석의 머리는 마치 방패처럼 단단한 가판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는 당시 바다 전갈 같은 무서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갑옷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카밤바스피스에게는 정작 '척추뼈'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척추는 여전히 부드러운 연골이나 척삭으로 이루어져 있었죠. 머리를 감싸는 뼈는 조골 세포가 바로 뼈를 짓는 '막골' 방식인데, 오늘날 인류를 포함한 척추동물의 머리뼈가 대부분 이 막골 형태인 것은 4억 년 전 갑주어의 유산이 이어진 셈입니다.


우리 치아의 조상은 물고기 갑옷? 오돈토드의 신비

가장 놀라운 사실은 사카밤바스피스의 단단한 갑옷 표면에서 우리 치아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녀석의 갑주 표면에는 상아질과 에나멜로이드로 구성된 '오돈토드'라는 미세한 돌기들이 돋아 있었습니다. 이 구조는 오늘날 상어의 비늘이나 인류 치아의 기본 구조(상아질 위를 법랑질이 덮는 구조)와 매우 흡사합니다. 즉, 외부의 공격을 막아내던 단단한 방어용 갑옷의 성분이 시간이 흐르며 입안으로 들어가 음식을 씹는 도구인 치아로 진화한 것입니다. 무심코 거울을 보며 닦는 우리의 하얀 이가 사실은 4억 년 전 고대 물고기의 갑옷에서 비롯되었다니, 자연의 설계는 정말 경이롭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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