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에는 바다사자가 한 마리도 없는 이유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바다사자가 유독 북대서양에만 한 마리도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물범이나 바다코끼리는 북대서양에서도 잘 살아가는데 말이죠. 오늘은 바다사자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통해 이들이 왜 북대서양으로 진출하지 못했는지, 그 보이지 않는 지리학적 장벽이 있었기 때문 입니다.
바다사자와 물범, 비슷하지만 다른 그들의 차이점
바다사자와 물범은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기각류라는 큰 틀 안에서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장 쉬운 구분법은 귓바퀴입니다. 귓바퀴가 톡 튀어나와 있고 상체를 세워 성큼성큼 걸어 다니면 바다사자과이고, 귓바퀴 없이 구멍만 뚫려 있으며 배를 땅에 대고 꿈틀거리며 기어 다니면 물범과입니다. 바다사자과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바다사자와 물개가 모두 포함되는데, 덩치가 조금 더 큰 쪽이 바다사자일 뿐 유전적으로는 매우 가까운 사촌 지간입니다. 이들은 북태평양의 차가운 바다부터 적도 부근의 갈라파고스, 그리고 남반구의 호주와 남미까지 거의 전 세계 해역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지도를 펼쳐보면 북대서양만큼은 이들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금단의 구역'입니다.
적도를 넘기 위한 700만 년 전의 단 한 번의 기회
바다사자의 초기 조상은 약 2,500만 년 전 북태평양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들이 따뜻한 적도를 넘어 남반구로 퍼져나갈 수 있었던 것은 기막힌 타이밍 덕분이었습니다. 약 700만 년 전, 지구가 극심한 냉각기에 접어들며 파나마 지협이 서서히 막히던 시점이 있었습니다. 이때 북태평양에 살던 바다사자 중 일부가 차가운 물길을 타고 적도를 넘어 남쪽으로 내려가는 대모험에 딱 한 번 성공했습니다. 이들이 현재 남미, 아프리카, 호주에 서식하는 물개와 바다사자들의 조상이 된 것이죠. 하지만 당시 북대서양으로 가는 길목에는 저위도 지역에 서식하던 고대 바다코끼리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결국 바다사자들은 이 경쟁에 밀려 북대서양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남반구로만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아마존의 진흙탕과 얼음 없는 환경이 만든 장벽
남반구에 안착한 바다사자들이 다시 북상하여 북대서양으로 가기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먼저 남아메리카 동쪽 해안에는 '아마존강 늪지대'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아마존강 하류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흙탕물은 바닷물의 염도를 낮추고 햇빛을 차단해 플랑크톤이 자라기 힘든 환경을 만듭니다. 먹잇감인 물고기가 살기 어려우니 바다사자에게는 거대한 지리학적 장벽이 된 셈입니다. 그렇다면 북극해를 돌아서 가는 경로는 어땠을까요? 물범들은 진화 과정에서 얼음을 좋아하는 '호빙성' 형질을 얻어 북극 환경에 완벽히 적응했지만, 바다사자는 얼음 위에서 새끼를 키우는 방식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북극의 혹독한 추위를 뚫고 대서양으로 넘어갈 능력이 없었던 것이죠.
자연이 보여주는 '굳이 벽을 넘지 않아도 되는' 지혜
이러한 서식지의 제한은 비단 바다사자만의 일이 아닙니다. 혹등고래 역시 북반구와 남반구 개체군이 계절 차이와 적도 난류 때문에 서로 만나지 못한 채 독립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펭귄이 북반구에 없는 이유나 바다뱀이 대서양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 또한 따뜻한 해류나 식수 부족 같은 보이지 않는 자연의 벽 때문입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자연계에는 만리장성보다 더 높고 단단한 장벽들이 곳곳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바다사자가 북대서양에 없다고 해서 그들이 실패한 생물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들에게 허락된 다른 넓은 바다에서 충분히 번성하며 살아가고 있죠. 우리 삶에서도 때로는 넘지 못하는 벽 앞에서 좌절하기보다, 자연이 보여준 것처럼 그 벽을 인정하고 다른 길을 찾아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