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게의 낙원, 크리스마스 섬을 뒤흔든 노란 미친개미의 습격
호주의 외딴섬 크리스마스 섬은 매년 수천만 마리의 붉은 게가 바다로 대이동하는 장관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평화롭던 이 섬에 동남아시아에서 건너온 '노란 미친개미'가 상륙하면서 붉은 게들은 멸종 위기에 처하고 섬 전체 생태계가 무너질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침입종 개미가 어떻게 한 섬의 생태계를 장악하고 파괴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천적 없는 낙원을 지옥으로 만든 노란 미친개미의 공격
크리스마스 섬의 붉은 게들은 과거 마땅한 천적이 없어 개체수가 4천만 마리에 이를 정도로 번성했습니다. 하지만 2003년경 선박을 통해 유입된 노란 미친개미들이 섬을 장악하며 비극이 시작되었습니다. 붉은 게와 활동 영역이 겹치는 이 개미들은 강력한 '개미산'을 분사해 게의 눈을 멀게 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어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단 10여 년 만에 붉은 게의 개체수는 절반 가까이 급감했고, 개미들은 죽은 게를 잡아먹기까지 했습니다. 숲의 낙엽과 꽃잎을 먹어 치우며 '생태계 청소부' 역할을 하던 붉은 게가 사라지자 섬의 유기적인 먹이사슬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개미와 깍지벌레의 위험한 공생, 숲을 고사시키다
노란 미친개미의 위협은 단순히 게를 죽이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들은 식물에 해를 끼치는 '깍지벌레'를 보호하고 기르며, 벌레가 분비하는 달콤한 당분을 주 먹이원으로 삼는 치밀한 공생 전략을 펼칩니다. 개미의 보호 아래 깍지벌레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무차별적으로 식물의 진액을 빨아먹힌 나무들이 말라 죽는 현상이 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붉은 게의 감소와 식물의 고사라는 이중고는 크리스마스 섬 생태계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황폐한 모습으로 변모시키고 있습니다. 기생 말벌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법 등이 시도되고 있으나, 이미 무너진 생태계를 회복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6,000km까지 뻗어나가는 아르헨티나 개미의 초대형 군체
침입종 개미 중에는 노란 미친개미 못지않게 악명 높은 '아르헨티나 개미'가 있습니다. 이들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일반적인 개미와 달리 결혼 비행을 하지 않고 모 군체 바로 옆에 계속해서 새로운 군체를 이어 나가는 방식입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여왕개미가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초군체(Supercolony)'가 만들어지는데, 미국 서부 해안을 따라 형성된 초군체의 길이는 무려 6,000km에 달하며 일개미 수는 1조 마리에 육박합니다. 이들은 압도적인 물량 공세로 토착 개미들을 몰아내고 생물 다양성을 붕괴시킵니다. 특히 토착 개미를 먹이로 삼던 도마뱀 등의 상위 포식자들까지 덩달아 멸종 위기에 처하게 만드는 연쇄적인 파괴력을 보여줍니다.
씨앗 운반의 단절과 토양 변화, 보이지 않는 나비 효과
침입종 개미들이 토종 개미를 멸종시키면 식물 생태계에도 치명적인 결함이 생깁니다. 많은 식물은 씨앗에 '엘라이오좀'이라는 지방 덩어리를 만들어 개미가 씨앗을 멀리 운반해주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침입종 개미들은 씨앗을 운반하는 본능이 없거나 부족하여, 특정 식물 종들이 번식하고 확산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됩니다. 또한 이들이 토양 속에 옮겨온 먹이가 부패하고 배설물이 쌓이는 과정에서 흙의 산성도와 영양 성분이 변하며 기존 환경에 적응해온 무척추동물들까지 살 곳을 잃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아르헨티나 개미 등 침입종이 상륙한 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 이 작은 나비 효과가 우리 생태계에 어떤 재앙을 불러올지 철저한 감시와 연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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