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시대의 반전, 공룡을 사냥한 포유류와 거대 개구리의 이야기

중생대는 흔히 '파충류의 시대'라 불리며 포유류는 공룡의 등쌀에 기를 펴지 못했던 시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견된 화석들은 이러한 편견을 정면으로 뒤집고 있습니다. 자기보다 덩치가 큰 공룡을 사냥하던 포유류 레페노마무스와, 소형 공룡까지 잡아먹을 정도로 강력한 치악력을 가졌던 거대 개구리 베제부포까지, 백악기 생태계에는많은 생명체가 살아 숨쉬었습니다.


사냥인가 사체 청소인가, 레페노마무스의 결정적 증거

2012년 중국 랴오닝성에서는 두 마리의 동물이 복잡하게 뒤엉킨 채 화석이 된 놀라운 발견이 있었습니다. 바로 약 1억 2,500만 년 전의 초식 공룡 프시타코사우루스와 육식성 포유류 레페노마무스였죠. 화석 속에서 레페노마무스는 공룡의 아래턱을 움켜쥐고 갈비뼈를 물고 있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죽은 사체를 먹던 상황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지만, 고생물학자들은 사체 청소 동물 특유의 뼈를 발라먹은 흔적이 없다는 점과 두 동물의 자세가 매우 복잡하게 꼬여 있다는 점을 들어 이것이 명백한 사냥의 순간임을 확인했습니다. 포유류가 당당히 공룡 사냥꾼으로 활동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입니다.


덩치 차이를 극복한 포유류의 용감한 사투

이 화석이 더욱 놀라운 이유는 두 동물의 덩치 차이에 있습니다. 당시 프시타코사우루스의 몸무게는 약 10kg이었던 반면, 사냥꾼인 레페노마무스는 3.5kg에 불과했습니다. 몸무게가 세 배 가까이 차이 나는 상대를 단독으로 공격한 셈입니다. 오늘날의 포식자인 사자도 자신보다 월등히 큰 코끼리를 함부로 노리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레페노마무스의 공격성은 실로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실제로 2005년에는 레페노마무스의 뱃속에서 새끼 공룡의 뼈가 발견되기도 했는데, 이는 포유류가 공룡을 주식으로 삼거나 적극적인 포식 활동을 펼쳤음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중국의 공룡 폼페이, 이센층이 선물한 생생한 타임캡슐

이처럼 생생한 사투 현장이 1억 년이 넘는 시간을 견디고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답은 바로 '화산'에 있습니다. 화석이 발견된 랴오닝성의 이센층은 화산 분출물이 수십 미터 두께로 덮여 있는 곳입니다. 고대 로마의 폼페이가 화산재에 묻혀 당시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간직한 것처럼, 혈투를 벌이던 두 동물 역시 산채로 퇴적물에 급격히 매몰되면서 꼬리 일부를 제외한 모든 골격이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백악기 시절 포유류의 공룡 사냥이라는 희귀한 광경을 고해상도 사진을 보듯 선명하게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룡을 집어 삼키는 지옥의 개구리, 베제부포

백악기 생태계의 파격적인 포식자는 포유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된 거대 개구리 '베제부포'는 이름부터 '지옥의 개구리'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몸길이는 약 20cm 정도로 오늘날의 아프리카 황소개구리와 비슷하지만, 무는 힘(치악력)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베제부포의 최대 무는 힘은 무려 2,200뉴턴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오늘날 사자나 호랑이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 강력한 턱 힘을 이용해 베제부포는 곤충뿐만 아니라 작고 어린 공룡이나 악어까지 한입에 집어 삼켰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생대 지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채롭고 치열한 약육강식의 세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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