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한반도에 용암의 강이 흘렀던 과거

한반도 중부 내륙을 흐르는 한탄강, 이곳이 수십만 년 전에는 뜨거운 용암이 강물처럼 흘러 넘쳤던 '불의 강'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신화 속 지옥의 풍경이 현실에서 재현되었던 한탄강의 탄생 비화와, 평화로운 강줄기 아래 숨겨진 거대한 화산 활동의 기록이 과학을 통해서 들어나고 있습니다.


한반도 내륙의 기적, 한탄강 용암 대지와 주상절리

경기도 포천의 멍우리 협곡에 들어서면 높이 30~40m의 깎아지른 듯한 수직 절벽이 4km나 이어지는 장관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절벽의 정체는 용암이 식으면서 기둥 모양으로 굳어진 '주상절리'입니다. 보통 화산 활동은 판의 경계나 열점에서 일어나지만, 한탄강은 지각 활동이 드문 내륙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더욱 특별합니다. 이러한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한탄강 일대는 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비둘기낭 폭포와 백의리층 등 곳곳에 남겨진 검은 현무암 흔적들은 수십만 년 전 이곳이 거대한 용암 바다였음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오리산에서 시작된 110km의 뜨거운 여정

한탄강의 비극적이면서도 화려한 변신은 신생대 제4기, 약 54만 년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강원도 평강군의 오리산과 680m 고지에서 수차례에 걸쳐 대규모 화산 분출이 일어났습니다. 틈새를 타고 솟구친 점성 낮은 현무암질 용암은 옛 한탄강 물길을 따라 거침없이 흘러내려 갔습니다. 이 용암의 강은 경기도 연천과 임진강 유역까지 무려 110km 이상을 달렸으며, 약 65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드넓은 대지를 뜨거운 용암으로 뒤덮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용암이 식고 그 위로 다시 강물이 흐르면서 현무암 층을 깎아내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수직의 주상절리 협곡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지층이 증명하는 화산 폭발의 횟수와 물과의 만남

과학자들은 한탄강 일대에서 최대 11번의 폭발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는 지층에 쌓인 현무암 층의 개수를 통해 알 수 있는데, 철원 화지리에서는 무려 11개의 층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곳이 불과 물이 격렬하게 만났던 장소라는 증거도 뚜렷합니다. 포천 아우라지의 '베개 용암'은 뜨거운 용암이 차가운 강물을 만나 급격히 식으면서 동글동글한 베개 모양으로 굳어진 구조입니다. 연천의 백의리층 역시 현무암 층 아래에 옛 강물이 쌓아둔 자갈과 모래층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흐르던 강물 위로 용암이 덮쳐왔던 긴박한 순간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한반도 지하 100km, 마그마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렇다면 왜 하필 내륙 한가운데인 한탄강에서 이런 거대한 분출이 일어났을까요? 그 비밀은 한반도 지하 깊숙한 곳에 숨어 있습니다. 일본 열도 밑으로 섭입된 태평양판의 조각들이 멘틀 깊은 곳(지하 600~700km)에 머물다 부분적으로 녹아 위로 상승했고, 지하 약 100km 지점에 거대한 마그마 방을 형성했습니다. 이 마그마가 서울과 원산을 잇는 거대한 지각 틈새인 '추가령 구조대'의 약한 부분을 뚫고 지표로 솟구쳐 오른 것입니다. 오늘날 평화롭게 흐르는 한탄강은 사실 지구 깊은 곳에서 시작된 거대한 에너지와 한반도의 지질 구조가 만들어낸 격변의 역사를 품고 있는 위대한 자연의 기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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